살아있는 전통시장, 청년이 만드는 새로운 물결

며칠 전 지방 출장길에 우연히 오래된 전통시장에 들렀다. 주말인데도 한산한 골목, 빈 점포가 늘어선 풍경이 썰렁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 와중에 유일하게 사람이 북적이는 구역이 있었는데, 바로 청년 창업가들이 문을 연 작은 카페와 공방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었다.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이 청년들의 모습이 신선하면서도 고민이 들었다. 도시재생과 청년 창업을 연결한 이 현상, 대체 어떻게 가능했을까?

살아있는 전통시장, 청년이 만드는 새로운 물결

사실 전통시장은 유통 환경 변화와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오랫동안 침체를 겪어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전통시장 매출액은 2010년 이후 매년 감소 추세이며, 공실률은 2015년 14%에서 2020년 20%를 넘어섰다고 한다. 빈 점포는 늘어나고, 상인들의 고령화는 심화되면서 시장은 점점 활력을 잃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은 대안 중 하나가 바로 청년 상인 육성 정책이었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일부 지자체는 청년 창업자에게 저렴한 임대료와 시설 개선 비용을 지원하고,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면서 전통시장 내 청년 점포가 꾸준히 늘고 있다. 실제로 부산의 한 전통시장은 청년 몰(몰)을 조성해 카페, 수제 맥줏집, 공방 등을 유치했고, 주말이면 젊은이들로 북적인다는 후문이다. 이 전략은 단순히 빈 점포를 채우는 것을 넘어 시장 자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내가 방문한 시장에서도 비슷한 광경을 목격했다. 30대 초반의 한 청년이 운영하는 수제 초콜릿 공방은 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주말이면 줄을 서는 명소가 되었다. 그는 “처음에는 임대료 지원 덕분에 시작했지만, 지금은 단골이 생기면서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그의 가게 옆에는 70대 할머니가 운영하는 떡집이 있었는데, 청년 손님들이 초콜릿을 사면서 할머니의 떡도 함께 구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상생은 단순한 정책 이상의 가치를 보여준다.

하지만 모든 시장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주변 상인과의 마찰, 상권의 특성을 무시한 무분별한 청년 유치, 지속 가능하지 못한 단기 지원 등 많은 난관이 존재한다. 특히 기존 상인들은 청년 점포에만 혜택이 집중되는 것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처음에는 청년 점포가 들어서면 기존 상인들이 반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임대료 상승과 고객 쏠림 현상으로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인회와 청년 창업가가 함께 협의체를 꾸리고, 시장만의 특화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대구의 한 전통시장은 상인회와 청년 창업가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시장 행사를 기획하고,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갈등을 해소했다. 예를 들어, 매달 ‘청년의 날’을 지정해 청년 점포 할인 행사와 함께 기존 상점들의 전통 먹거리 시식회를 열었다. 그 결과 시장 전체 방문객이 30% 증가했고, 기존 상인들의 매출도 덩달아 올랐다. 이는 상생이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실제 가능한 모델임을 보여준다.

내가 방문한 시장의 경우, 청년 창업가들이 인스타그램 등 SNS를 적극 활용해 시장의 숨은 맛집과 수공예품을 홍보하면서 유입된 고객이 기존 상점으로도 이어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중앙일보 기사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소개했는데, 전통시장이 단순한 ‘사는 곳’을 넘어 ‘즐기는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이 흥미롭게 담겨 있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상권 부흥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청년들이 정착하면서 지역에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고, 노령화된 상인들에게는 디지털 마케팅 등 새로운 기술이 전수된다. 또한 청년 창업가들이 기존 상인들의 오랜 노하우를 배우면서 상생의 모델이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한 청년 카페 사장은 시장 어르신에게 배운 전통 차 레시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히트 상품을 만들기도 했다.

물론 이것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지나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발생할 우려도 있고, 일부 청년 창업가들은 지원금에만 의존해 자생력을 키우지 못하는 경우도 목격된다. 한 전문가는 “청년 창업 지원이 단기 성과에 집중되면 시장의 고유성을 해칠 수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청년과 기존 상인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적절한 정책과 상호 협력이 뒷받침된다면, 전통시장은 더 이상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미래형 로컬 콘텐츠의 장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충분하다.

결국 핵심은 전통시장이 가진 ‘사람 냄새’와 ‘정’이라는 무형의 자산을 청년의 ‘참신함’과 ‘디지털 감각’이 어떻게 조화롭게 결합하느냐에 달렸다. 출장길에 우연히 발견한 그 시장의 활기찬 구석은, 앞으로도 계속 확장되어 더 많은 시장이 생동감을 되찾길 바라게 만든다.